▲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 개정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확정 발표를 하고 있다. 2022.12.22.

[김부삼 기자] 자유 민주주의' 등 갖은 논란과 갈등 끝에 확정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교육부가 대국민 의견수렴을 충실히 진행했단 입장을 밝혔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22일 오전 10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 개정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하며 "'국민과 함께 하는 교육과정'이라는 모토 하에 여러 가지 의견수렴 절차를 기존에 해오지 않았던 것까지 시도했다"고 말했다.

◆최초로 국민소통플랫폼 운영…"의미 있었다" 평가
교육부는 역대 처음으로 '국민참여소통채널'을 개설해 국가교육과정에 대한 국민 의견을 온라인으로 수렴했다. 지난 8월30일부터 10월13일까지 운영된 이 플랫폼엔 1000건 이상의 의견이 접수됐다.
장 차관은 "편향된 의견이 있었다는 지적도 있지만 교육부는 있는 그대로 정책연구진에게 전달하고, 정책연구진이 검토하는 그 과정 나름대로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소통채널이 국민에 물어보는 유일한 채널은 아니었다"며 "연구진 간 정책연구 토론회, 공청회, 그리고 현장 교원과 연구진 및 학부모가 참여한 포럼(공개토론회)도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교육과정 개발부터 고시까지 담당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를 향해 사회적 합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교위 당연직 위원인 장 차관은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국교위가 앞으로 개발 단계부터 주도권을 가지고 고유 업무로 추진을 하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큰 어려움이 없겠다는 희망을 가졌다"며 "짧은 기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소통이 원활히 이뤄졌다. 나름 의견 접근을 이룬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위원회나 하부 조직을 만들어 시간을 가지고 준비하고, 개발 단계서부터 위원들 의견이 모아진다면 사회적 합의의 취지에 맞는 교육과정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교육과정, 이념 진통 끝 확정…2024년부터 적용
한편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문재인 정부에서 개발을 시작해 윤석열 정부가 이날 마무리하는 과정 속에서 '이념 진통'을 겪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총론 주요사항이 발표되면서 개발이 본격화됐다. 교육부는 연구진 860여명 중 50% 이상을 현장 교원으로 구성해 45개 과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새 교육과정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8월30일 총론 및 각 교과별 교육과정 시안이 공개된 후 본격화됐다. 올해 5월 윤석열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였다.
교육부는 시안 공개 후 15일 동안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대국민 의견을 온라인으로 수렴했는데, 중학교 역사와 고교 한국사가 '뜨거운 감자'였다. 교육과정에서 6·25 전쟁이 '남침'에 의해 발발했다는 것과 민주주의 표현에 '자유'가 빠졌다는 지적이 500여건 이어졌다. 도덕·보건 등 교과에는 성(性)평등 용어를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교육과정 정책연구진은 공청회 전 '남침'에 대한 표현은 포함하도록 수정했으나, '자유 민주주의'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9월28일부터 11일 간 이어진 공청회에선 보다 격렬한 논쟁이 이어졌다. 공청회 마지막 날인 10월8일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한다"는 발언에 폭행 시비가 일어나 공청회가 중단되기도 했다.
11월9일 행정예고안이 발표됐다. 교육부의 선택은 '자유 민주주의'는 삽입, '성평등·성소수자'는 삭제였다. '노동자' 표현은 '근로자'로 대체됐으며 생태전환교육도 명시되지 않았다. 보수 진영의 주장을 대거 받아들인 것으로 지적됐으나 교육부는 "편향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특히 교육부가 '자유 민주주의' 표현을 연구진 반대에도 추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회적 갈등이 커졌다. 진보 진영과 역사 교육계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거셌다.
행정예고 직전 열린 교육과정심의회 운영위원회가 매우 형식적으로 의결됐으며, 행정예고 이후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상정안을 정하는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의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 운영위원은 위원장인 장 차관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심의·의결을 위해 새 교육과정이 상정된 국교위에서도 갈등이 표출됐다. '자유 민주주의' 등 쟁점들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으며, 추가 토론 요구에도 무리하게 의결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국교위는 지난 14일 새 교육과정 심의본을 의결했는데, 의결 전 전체회의는 단 3번만 열려 '부실 심의' 지적도 나왔다. 표결 과정에서 위원 3명이 퇴장하고 정치 성향이 다른 위원들이 앞다퉈 서로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내 사회적 합의기구로서 위상이 실추되기도 했다.
국교위는 큰 틀에서 교육부가 제출한 심의본을 유지하되, 보건 과목의 '섹슈얼리티'(sexuality, 성적인 것 전체)' 표현 삭제 및 '도덕함', '노작' 등 불명확한 문구 보완 등 의견을 넣어 수정 의결했다.
장 차관은 국교위 심의 기간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11월9일 행정예고 순간부터 검토할 시간을 확보해 드리고자 노력했다"며 "과도기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교육부는 주어진 여건 하에서 충실한 심의·의결이 이뤄지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날 확정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은 2024년 초 1·2학년을 시작으로 2025년 중·고교 신입생에게 우선 도입된다. 전 학년 적용은 초등학교 2026년, 중·고교 2027년이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