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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과 통합형 수능이 시행되며 생긴 '문과 불리' 논란에 보완책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교육부와 대학들은 문과로 교차지원해 합격한 학생들의 중도 이탈률을 비롯한 자료를 분석해 이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주호 "대입에서 인문-자연 구분 여전…아쉽다"
이 부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대 등 주요 12개 대학 입학처장과 간담회를 열고 "고등학교 수업에서는 이미 문과, 이과가 사라졌지만 대입에서만큼은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현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입전형에서 인문과 자연계열이 각기 다른 특성으로 운영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둘러싸고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통합형 수능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에 중점을 두고 인문·사회·과학기술 소양을 균형 있게 함양할 수 있도록 문·이과 구분을 폐지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춰서 도입된 것"이라며 "교육개혁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 교실의 긍정적 변화가 대입전형의 변화로도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학문 융합의 시대다. 인문학과 신기술이 결합할 때 혁신이 일어난다"며 "융합 인재를 발굴, 육성할 수 있도록 대학에서도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통합형 수능 체제 도입 후 수학 '확률과 통계'를 선택해 치른 문과 지망 학생들이 '미적분'을 택해 치른 이과 학생들보다 표준점수가 낮은 '문과 불리' 현상이 지적돼 왔다. 교차지원을 뜻하는 '문과 침공'도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는 앞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문과 학생들이 불리한 부분은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며 "대학 자체 입시 전형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통해 대학 측의 개선 노력들을 유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이날 오후 간담회 결과 "각 대학의 대입전형 운영 결과, 전형별 합격 학생 데이터 등을 객관적,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전형 운영 방향을 모색하기로 대학들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대학들, 문과 전공 입학한 이과생 중도 이탈률 관심
교육부는 참석한 입학처장들이 대체로 이 부총리가 지적한 현행 교육과정의 융합인재 양성 취지에 공감하며 문·이과 구분 폐지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다만 '문과 불리' 현상에 대학들은 "도입 2년차이기에 대입전형 운영 결과 등 관련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전형에서 수험생들이 느끼는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유리함과 불리함 뿐만 아니라 신입생들이 대학 생활을 잘 적응해 나가는지도 분석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교육부 관계자는 "분석에 활용할 지표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던 것은 아니다"라면서 "소위 이과 지망 수험생이 문과 전공에 입학한 경우 중도 이탈률이 얼마나 높은 지 등을 예로 들면서 데이터에 기반해 움직이자는 이야기를 주로 나눴다"고 전했다.
특히 대학 관계자들은 입학 후 실제 대학생활과 관련된 데이터 분석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데이터 기반의 대입제도 논의에 적극 참여할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일부 대학에서는 융합형 인재로 전공에 필요한 소양을 쌓을 수 있도록 교육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교육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는 전체 모집인원 중 정시 수능 위주 전형으로 40% 이상을 뽑는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이 참석했다.
참석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한국외대 ▲한양대다. 애초 13곳이 참석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감염으로 1곳이 불참했다.
대교협에서는 장경호 대학입학지원실장이 함께했다. 대교협은 관련법에 근거해 대입전형기본사항을 수립하는데 개별 대학은 원칙적으로 이를 벗어날 수 없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 '미적분+과탐' 고득점 구조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문·이과 구분이 폐지된 것은 2002년부터 도입이 시작된 7차 교육과정부터다. 그럼에도 대입에서 문과(사회)와 이과(과학) 구분이 계속되면서 수년간 고교에서 문과와 이과를 나눠 가르쳤다.
이에 정부는 문·이과 융합인재 양성 취지를 강조하기 위해 2015년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대입제도를 함께 바꿨다. 2019년 고1부터 적용된 현행 교육과정에 따라 2022학년도 입시부터 통합형 수능이 도입됐다.
통합형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 영역은 모든 수험생이 공통과목 문제를 푼 뒤 선택과목 1개를 골라 치르고, 사회·과학탐구도 2과목 내에서 자유롭게 택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주요 대학은 의대, 공대 등 자연계열 학과에 지원하려면 수능 수학 '미적분', 과학탐구 과목을 응시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상위권 이과 지망생들이 대체로 수학 미적분을 택했고, 입시학원과 진학교사들의 분석에서도 수학 1등급을 이과생들이 거의 독식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수능 체제는 2027학년도 입시까지는 유지될 전망이다. 대학들이 개선안을 내놓아도 입시 전형의 반영 방법이나 점수 등을 손질하는 '미세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지난해 말 확정한 새 고교 교육과정을 처음 적용 받는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 입시 개편안을 2024년 2월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교육부는 "대교협, 대학과 향후 미래인재 양성과 고교 교육과의 연계성 제고 측면에서 대입전형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하면서, 바람직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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