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1시께 서울대학교 2023년도 신입생 입학식이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렸다. 2023.03.02

[김부삼 기자] 2023학년도 서울대 입학식이 2일 오전 11시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렸다. 올해 신입생은 학사과정 3610명, 석사과정 및 석박사통합과정 2693명, 박사과정 807명으로 총 7110명이다.
서울대가 대면 입학식을 연 것은 4년 만이다. 코로나19 유행 첫 해인 지난 2020년에는 입학식이 아예 못 열렸고, 지난해까지 온라인 영상으로 입학식을 대체해왔다.

◆영하권 날씨에도 활짝 웃으며 기념 촬영…사진사들도 분주
오전 9시께부터 국립 서울대학교를 뜻하는 조형물 '샤' 정문 주변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신입생과 가족들로 붐볐다.
이날 아침 서울 기온은 -3도까지 떨어졌다. 신입생들은 추운 날씨에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꽃다발을 들고 부모님과 팔짱을 낀 채 정문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기느라 분주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쓰고있던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는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다.
식물생활과학부 신입생인 국채현(23)씨는 "20학번으로 다른 대학을 가면서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는데 하필 코로나가 터진 시기였다"며 "아쉬움이 남아서 다시 군대에서 수능을 준비해 서울대에 오게 됐다"고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의예과 신입생인 현준원(19)씨는 "고등학교에선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 함께 토론하고 대화하면서 외연을 넓히고 싶다"며 "도서관에서 책도 많이 읽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들겠다는 계획이다.
신입생 가족들 주변에서는 어깨에 카메라를 맨 사진사들이 입학 사진 앨범을 만들어준다며 분주히 움직였다. 사진사 신모씨는 "코로나 때문에 작년 재작년에는 정말 힘들었다"며 "춥지만 입학식이 열리니 좋다"고 발갛게 부은 손에 앨범을 들고 다녔다.

◆"우리 동아리 들어오세요" 재학생들도
오랜만에 열린 대면 입학식을 맞아 적극적으로 동아리 등에 신입생을 유치하려는 선배 재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상어인형탈을 쓰고 입간판을 목에 건 채 동아리 이름을 외치며 신입생들에게 젤리 등 주전부리를 나눠주는 이들도 있었다. 한 동아리 재학생은 "축하도 하고 동아리 가입을 권유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교내 기독교 동아리 CCC의 김모(26)씨는 "고등학교 내내 코로나 때문에 침체된 분위기 속에 있었을 텐데 친구들과 교제하고 교류할 시간이 열린 만큼 대학생활을 마음껏 누리고 즐기고 배우면 좋겠다"고 웃어보였다.
곰인형을 든 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신입생들의 '감성 입학 사진'을 찍어주는 선배들도 보였다. 18학번 심시윤(조경학과)씨는 창업 스터디 모임에서 나왔다며 "생각보다 (영업이) 쉽지는 않은데 잘 되고 있다"고 했다.

◆아직은 마스크 쓰고 입학식…"질문하고, 논쟁하라"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벗은 게 비슷한 비율이었다. 일어서서 교가를 부르는 중에는 내렸던 마스크를 고쳐쓰는 모습도 보였다.
유홍림 총장은 입학식사를 통해 "참된 지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에서 최선을 다하되 그 안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며 "인문학과 자연과학, 사회과학과 공학 등 여러 학문 분야를 포괄해 학제를 뛰어넘는 배움을 통해 통합적 사고능력과 창조적 융합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지성인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 총장은 "주체적으로 여러분들의 삶을 만들어 나가고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참된 지성인이 되시라"며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개인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세계로 시선을 넓히고, 자유롭게 여러분의 날개를 활짝 펼치시라"고 했다.
이정동 공과대학 교수는 축사에서 "교과서를 내려놓읍시다"라며 "교과서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담고 있지만, 미래에 무엇이 알려질지는 말해주지 않는다"고 운을 뗐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여러분은 공부의 달인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지 모르나 이제 새로운 태도가 필요하다"며 "그 어느 교과서의 이야기도 진리일 수 없다는 삐딱한 태도로 질문하고, 주장하고, 논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주어진 교과서를 익히는 사람에서, 새로운 교과서를 쓰는 사람으로, 다른 사람의 개념을 받아들이고 충실히 실행하는 사람에서, 자신만의 개념을 제시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사람으로 나가야 한다"며 "교과서를 깨부수겠다는 창조적 파괴의 담대한 태도를 가지고 여러분만의 길을 내어가기 바란다"고 했다.
이 교수는 '축적의 시간', '축적의 길' 등의 저서에서 한국 산업의 위기 국면에서 경제 정체의 원인을 진단하고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문재인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을 지냈다.
앞서 서울대는 지난해 후기 졸업식부터 대면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달 24일 제77회 전기 학위수여식도 대면으로 열렸다.

김부삼 기자 kbs6145@naver.com 김부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