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징수율 99.9%④] 체납크기 줄지 않는 건보만을 위한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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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징수율 99.9%④] 체납크기 줄지 않는 건보만을 위한 관리?
“법적으로 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고압적인 공단
대부분의 장기 체납자 ‘도덕적 해이’와 무관
  • 입력 : 2023. 09.05(화) 16:39
  • 김철우 기자
[김철우 기자 ] 건강보험공단(공단)이 뒤숭숭하다. 당장 정부의 주요 노동개혁 과제인 직무성과급 도입에 대한 노조 반발이 거세다. 건강보험노동조합(노조)은 지난 8월 30일 조합원들의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74.73%(투표참여 조합원 대비 찬성률 90.01%)로 가결돼 파업 초읽기에 들어갔다. 노조는 8월 31일부터 준법 투쟁을 시작으로 쟁의행위 수준을 단계별로 높여가며 단체행동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건강보험료율 결정도 미뤄졌다. 내년건강보험료 인상폭을 놓고 진통이 계속되면서 결정이 9월로 미뤄졌다.
익년 건보료율 결정이 9월 이후로 늦어지는 것은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건보료율 인상률을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했다. 내년 인상 폭은 올해(1.49%)보다는 낮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이의신청 및 심사청구 건수가 2020년 이후 3년째 증가하는 등 가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공단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이의신청 및 심사청구 건수는 2020년 2,775건→2021년 3,220건→ 022년 4,843건으로 급속하게 증가했다. <편집자 주>


“법적으로 하라”는 말만 되풀이하는 고압적인 공단

경기도에 소재한 한 영세사업체 사례는 이런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 사업체 대표 A씨는 2000년경 한 사업체를 인수해 경영 중이다. 인수 당시 해당 사업체는 약 7억 원이 넘는 금액의 건강보험료가 체납되어 있었다. 사업체 인수 후 A씨는 꾸준히 체납보험료를 분납해 1억 이하로 줄었다가 약 4억3천만 원이 남아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기가 악화하면서 약속한 분납액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그러자 관할 공단지사는 사업체 법인통장을 압류를 넘어 제3채무자 압류까지 진행해 강제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 결국 A씨는 지인들로부터 돈을 변통해 직원들 급여를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공단지사를 찾아가 어려운 상황을 설명하고 올해 내에 2천만원 납부와 분납 계획을 밝히고 압류 해제를 간곡히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 담당 B과장은 처음 만남부터 끝까지 “압류 해제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 과정에서 B과장은 “돈 내라고 말 하는 게 아니다”, “이의신청하고 법적으로 하라”며 시종 고압적으로 A씨를 상대했다. 얼마를 내야 압류 해제가 가능하지 물어도 그는 해제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공공기관 공직자가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로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장기 체납자 ‘도덕적 해이’와 무관

건보재정 건전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공단의 압박 징수 강도도 커졌다는 불만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건보재정의 건전성은 체납자 징수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연간 2천억 원에 이르는 의료기관의 요양급여 부정 수급부터 초고령사회로의 진입, 정부 국고지원 방식, 공공의료체계 등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이 얽혀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취약 계층과 영세사업자의 경제 소득이 악화하면서 납부하고 싶어도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생계형 체납자의 경우 정부가 체납 분 일부를 조정하거나 징수권을 유보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영세사업자의 경우 정부 차원의 지원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건강보험료를 장기 체납한 경제적 취약계층 14만5,000세대를 대상으로 심사를 거쳐 결손처분(징수권 유보)을 했다. 공단은 지난해 8월 29일부터 건보료와 연금보험료를 체납한 사업장의 체납 정보도 한국신용정보원에 제공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체납정보가 등록되면 금융채무 불이행자로 분류돼 해당 사업장의 대표자는 신규 대출이 어렵고, 신용카드 발급·사용에 제한을 받는 등 모든 형태의 신용거래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거의 할 수 없게 된다. 공단이 체납보험료의 자진 납부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위 A씨의 사례를 볼 때 그 약속이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공단은 체납을 무조건 ‘도덕적 해이’로 돌리고, ‘형평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독촉과 체납처분(압류), 급여제한 등의 ‘처벌’을 가하고 있다는 불만은 이미 오랫동안 나왔다. ‘체납자’들은 생존과 건강을 위협당할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받지 못한다. 하지만 관련 통계가 생산된 이래 단 한 번도, 체납크기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이러한 ‘관리를 위한 관리’가 실효성도 없고, 비효율적임을 말해준다.

건강보험은 국가의 사회보장제도 중에서 사람들이 가장 신뢰하는 제도다. 건강보험은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에게 가혹한 추심자가 아닌 사회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공단의 핵심 미션은 ‘징수율 제고’에서 ‘가입자의 수급권 보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조세방식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의료이용 시점의 비용부담을 없애고, 다른 사회보장 제도들과의 통합적 연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건강보험 체납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불가능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건강보험공단 관련 민원이 빈번히 일어 나고 있습니다. 유사한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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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우 기자 tallj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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