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초의 ‘평화의 소녀상’, 성공적으로 건립

사회
이탈리아 최초의 ‘평화의 소녀상’, 성공적으로 건립
세계전시성폭력 추방 주간을 맞아 제막식 열려
‘보편적 여성 인권 상징’ 소녀상, 이탈리아 시민 환대
  • 입력 : 2024. 06.23(일) 14:09
  • 유한태 기자
[유한태 기자] 6월 22일(토) 오전 11시(현지 시간), 이탈리아 사르데냐(Sardegna)섬 스틴티노(Stintino)시에 제막식 거행과 함께 평화의 소녀상이 성공적으로 건립되었다. 유럽에서는 독일 베를린 이후 두 번째 공공부지 설치이자,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 시립공원 공립 도서관 앞에 세워진 소녀상 이후 14번째 해외 소녀상이다.

제막식 직전인 6월 22일 오전 9시 30분(현지 시각),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과 스틴티노 리타 림바니아 발레벨라(Rita Limbania Vallebella, 이하 발레벨라) 시장은 시청에서 첫 번째 공식적인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로서 일본군성노예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공유하며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 대한 공통의 가치를 확인했다. 발레벨라 시장은 소녀상이 전 세계 여성들이 지금도 겪고 있는 성폭력의 원인을 상기한다고 말하면서 비문 수정이나 철거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5월부터 이탈리아 주재 일본 대사관은 이탈리아 외교부에 ‘스틴티노 평화비 건립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스틴티노 시청을 직접 방문하는 등 이탈리아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적극적으로 방해해 왔다.

제막식 행사는 세계전시성폭력 추방 주간인 6월 22일(토) 오전 11시(현지시간), 스틴티노 콜롬보 해변에 설치된 소녀상 앞에서 거행되었다. 에룰라 시장 등 현지 정치인들, 지역기구 및 시민단체들, 샤르데냐 섬은 물론 이탈리아 본토에서 건너온 시민들과 내외신 기자 등 약 200여명이 참석했다(상세 명단은 붙임 2 참고). 스틴티노 시 발레벨라 시장과 다른 지역 시장들의 축사,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과 스틴티노 시청 관계자 로사마리아 카이아자(Rosamaria Caiazza, 이하 카이아자) 씨의 축사에 이어 현지 합창단의 ‘아리랑 공연’이 이어졌다.

이나영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평화의 소녀상은 “한일 간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수많은 여성들의 경험과 목소리를 반영”하며,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젠더 기반 폭력에 맞서는 투쟁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발레벨라 시장은 전시성폭력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팔레스타인,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에서 오늘날에도 발생하는 문제”이자 “평화에 반대되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함으로써 비극적인 전쟁의 피해를 입은 모든 여성의 고통의 외침에 연대하게 되었’다고도 지적했다.

축사 이후 현지 합창단의 ‘아리랑’ 공연이 이어졌다. 아리랑이 스틴티노에 울려 퍼지자 눈물을 훔치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여는 노래로 아리랑이 선정된 이유는 해외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한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의 고국을 향한 애절한 그리움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태국에서 발견된 고 노수복 할머니의 경우, 한국어를 다 잊어버렸음에도 아리랑만은 잊지 않고 불러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바 있다. ‘아리랑을 부르는 소녀들’에 대한 위안소 주변 주민들의 목격담처럼 일본군성노예제의 진실을 깨닫게 하는 곡이기도 하다.

이번 평화의 소녀상 건립 과정에는 교사로 은퇴한 로사마리아 카이아자(Rosamaria Caiazza, 이하 카이아자) 씨의 역할이 컸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를 보편적 여성·인권 문제로 세계에 확산시키고자 한 카이아자 씨는 스틴티노 시청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면서 인권 변호사 출신이자 오랜 친구인 발레벨라 스틴티노 시장을 설득해 소녀상 건립 기반을 쌓아 왔다. 카이아자 씨는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의 모임인 웹 매거진 코탈리아(Kotalia)의 편집자를 역임했고, Federazione Italiana Donne Arti Professioni Affarir(F.I.D.A.P.A., 이탈리아 여성 예술 전문직 비즈니스 연맹)에서 여성 이니셔티브 홍보 및 지원을 활발하게 진행한 바 있다.

소녀상이 건립되는 스틴티노 시는 이탈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사르데냐 섬에 있으며, 전 유럽과 미국에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아름다운 도시다. 고급 휴양지뿐 아니라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존재했던 누라게 문명 유적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설치 장소는 시청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콜롬보 해변 등대 근처로 관광객과 미국 전 대통령 오바마와 같은 세계적 유명 인사들이 많이 오가는 곳이다. 소녀상은 지중해를 바라보며 반인도적 범죄행위의 잔혹함을 알리고 평화와 인권의 중요성을 세계시민들에게 전달할 것이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의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전시 성폭력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만든 조형물이자 여성 인권의 상징물이다. 2011년 12월 14일 1,000차 수요시위를 기념하여 대한민국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되었다. 다양한 형태의 기림비/평화비가 현재 국내 148개, 해외 총 32개(철거 및 전시 후 미설치된 6개 제외, 스틴티노 시 포함)가 세워져 있다.

(재)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사장 이나영)는 지난 34년간 일본군성노예제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전시 성폭력 종식을 위해 활동해 왔다. 독일 베를린 소녀상을 비롯해 전 세계 평화의 소녀상을 주도적으로 건립해 왔으며, 이번 이탈리아 평화의 소녀상 제작과 운송 등 관련 비용 일체도 지원했다. 앞으로도 전 세계에 평화의 소녀상 설립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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