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태 기자] 최근 일부 로펌의 성범죄 관련 광고가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상업적 형태로 확산되면서, 오히려 법조계가 성범죄 인식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광주북구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68,374 명에 대한 성범죄 1심 재판이 진행되었고, 그중 61,257명에 대해 유죄가 인정되었다. 하루 평균 약 37명, 한 시간에 약 1.6 명 꼴로 성범죄 재판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 법무부장관, 전직 국회의원까지 일부 로펌의 ‘성범죄센터’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직 판사 출신 변호사가 과거 판사로 재직 중 강제추행 및 불법촬영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경력을 주요 광고 문구로 내세우는 경우도 있어, 이러한 행태가 공직자의 직업 윤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 다른 문제는 일부 로펌의 광고가 성범죄를 경시하거나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한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그 어떤 무거운 사건도 가볍게’같은 문구나, ‘#미성년자성관계’, ‘#강간’, ‘#불법촬영’과 같은 해시태그가 사용되는 등 성범죄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경향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늘어난 성범죄에 치열해진 변호사 경쟁 때문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성범죄가 포함된 형사법 전문변호사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전진숙 의원이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대비 2024년 형사법 전문변호사 수는 73명에서 2,780명으로 38배 폭증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변호사가 18,022명에서 35,985명으로 약 두 배 증가하고, 민사법 전문변호사는 36명에서 592명으로 약 16.4배, 의료 전문변호사는 45명에서 103명으로 약 2.3배 증가한 것과는 확연하게 큰 차이다.

전진숙 의원은 “성범죄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광고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며 “변호사법 개정 등을 통해 성범죄 인식을 왜곡하는 광고 행태를 바로잡아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유한태 기자 yht1818@sudokwon.com 유한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