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처럼 겉으로 보기엔 그럴듯해 보이는 ‘바다숲 조성’이 정말 해양생태계를 복원하고, 어업 환경을 개선하는 실질적 해법일까? 많은 환경·해양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바다숲 사업은 2009년부터 본격화되어 현재 전국적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이 시작된 지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과학적이고 장기적인 평가는 여전히 부족하다.
단기적으로는 해조류 착생률이 일정 수준 나타나고, 수산자원의 일시적 증가가 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면 해조류가 고사하거나, 갯녹음이 재발하는, 경우도 다수 존재한다. 착생 기반암의 부실, 고수온 및 적조 등 기후환경 문제, 해양 오염 등의 복합적 요인이 해조류의 생존율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국내 해양환경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수온 상승과 해양산성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해조류 중심의 복원 방식은 이처럼 구조적인 위협에 매우 취약하다. 단순히 다시마와 미역을 심는 것으로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조성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서해본부의 바다숲 조성 예산만 해도 올해 약 29억 원, 전국 단위로 보면 수백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그러나 이처럼 큰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정책성과와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명확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문제는 바다숲 사업이 여전히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치상 해역에 해조류를 얼마나 심었는지, 몇 종의 생물이 발견되었는지는 빠르게 집계되지만, 그것이 지역 어민의 소득 증대로 이어졌는지, 해양생태계가 건강해졌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성과지표는 부족하다.
이러한 불명확한 성과 구조는 결국 국민 세금의 비효율적인 집행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바다숲 조성사업이 실상은 인위적인 생태조작에 가깝다는 비판이다. 해조류가 자라기 어려운 환경에 무리하게 식재를 하고, 착생 기반을 인공적으로 조성하며, 주기적인 보수와 유지관리 없이는 유지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자연 생태계란 스스로 순환하고 회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바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런데 바다숲 조성 방식은 생물 다양성과 서식처 다양성을 오히려 제한하고, 단일 해조류, 종 중심의 취약한 생태계를 만들어 오히려 자연성(naturalness)을 해칠 위험성도 있다.
또한, 지역 어민과의 소통과 협의 부족도 주요한 문제다. 바다숲이 조성되는 해역은 단순한 실험장이 아니라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해조류 식재로 인해 어장 접근이 제한되거나, 어업 활동에 변화가 생긴 경우가 과거 여러 지역에서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서해본부의 발표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민들과 어떤 방식으로 협의했는지, 주민 의견은 어떻게 수렴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지역 주민이 체감하는 정책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명분이 좋아도 현장에서는 반발과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다.
해양생태계 복원은 단순한 생물 식재 사업으로 해결될 수 없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보다 근본적이고 복합적인 접근이다:
육상에서 유입되는 영양염류와 미세플라스틱 등 오염원의 차단, 갯녹음 원인으로 지목되는 어류 남획과 조개류 채취의 제한, 수온 변화에 대응한 기후 적응형 생태 복원 전략 마련, 자연 기반 해역 복원(Nature-Based Solutions)의 확대 등 지속 가능한 바다는 단기간의 시범사업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더디더라도 과학 기반의 생태 복원, 주민 참여형 거버넌스, 그리고 체계적인 사후관리를 갖춘 정책이 진정한 해양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바다는 단지 자원이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생명의 터전이다. 지금은 해양생태계 복원을 빌미로 단기적 성과에 집착할 때가 아니다. 바다숲이 그저 녹색 치장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정책의 방향성과 구조를 재점검하고, 과학적 성과와 지역 공감이 뒷받침되는 진정한 해양 회복 사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
| |||||
<저작권자 ⓒ 수도권일보 (www.sudokwon.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