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사회서비스원 산하 인천청년미래센터가 개최한 고립 은둔 청년 지킴이 양성 부모 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이 교육은 5월부터 6월까지 총 6주간, 고립 은둔 청년을 둔 부모를 대상으로 관계 회복과 자기성찰, 자녀와의 소통 방법을 안내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그 취지는 의미 있다. 고립 은둔 청년 문제를 공론화하고, 가족 안에서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첫, 걸음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부모 교육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접근 방식이 고립 은둔 문제의 핵심을 얼마나 짚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이 방식이 실제 해결에 얼마만큼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많은 언론과 프로그램은 ‘고립 은둔’을 개인 혹은 가족 차원의 문제로 다룬다. 그러나 정작 고립된 청년들이 말하는 고립의 본질은 외부와의 단절 그 자체가 아니라, 끊임없는 비교와 경쟁, 실패에 대한 낙인, 무너진 자존감, 사회로부터의 배제다.

그들은 은둔하기 위해 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올 이유와 여건이 사라졌기 때문에 방에 있는 것이다. 스펙 위주의 사회, 노동의 비정규 화, 가족해체와 같은 구조적 요인들이 겹쳐져 청년들은 점점 더 고립된다. 이는 개인의 의지나 가족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럼에도 현재 교육 프로그램은 이러한 사회적 맥락보다는 부모의 인식 개선과 태도 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부모의 역할은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부모가 아무리 변해도, 청년이 마주한 밖의 세상이 여전히 차갑고 배제적이라면 그 변화는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이번 교육은 가족 관계의 회복을 전면에 내세운다. 부모가 자신을 돌아보고, 자녀를 이해하며, 건강한 소통을 통해 다시 연결의 끈을 잡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따뜻하고 인간적이지만, 동시에 지나치게 가족 중심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부모가 변화하면 자녀도 변한다는 메시지는 때로 부모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자녀에게는 문제의 원인이 가족에 있다는 오해와 부담을 줄 수 있다. 고립된 청년은 외부로부터 평가당하고 통제받는 경험에 지쳐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또다시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회복하라는 요구는, 정작 필요한 자유와 자율성의 회복을 방해할 수도 있다.

나아가 가족을 중심에 놓는 프레임은, 가정이 건강하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든다. 학대, 방임, 폭력 등의 경험이 고립의 원인이 된 청년에게 가족과의 소통 회복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다양한 사례와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가족 회복 중심 접근은 또 다른 배제를 낳는다.

이번 교육에서 강연자는 주로 부모와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고, 한 회차에만 과거 은둔 경험을 지닌 강사의 강연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청년 당사자의 진정한 참여라고 보기 어렵다.
고립 은둔 청년 정책과 교육은 청년 스스로의 목소리와 시선 없이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단어가 상처가 되고, 어떤 접근이 부담이, 되는지는 청년 자신만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시선은 교육 설계 과정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고, 여전히 부모가 배워서 자녀에게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방식은 결국 청년을 능동적 존재가 아닌, 교화와 관리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의 연장이다. 우리는 지금 청년을 향해 말을 걸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그들을 대신하여 말하고 있는가?

고립 은둔 문제는 심리적 접근과 정서적 회복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제도적, 정책적 개입이 병행되어야 한다.
청년 기본소득, 주거 지원, 맞춤형 일자리 연계 같은 직접적 지원이 절실하다.
비대면 상담 인프라를 강화하여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청년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역 커뮤니티 기반 자조 모임, 피어 서포트 그룹을 활성화하여 고립된 청년이 동료 시민과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해 중심의 접근이 아닌 권리 중심의 접근으로 전환돼야 한다. 고립 은둔 청년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선택의 자유를 가진 존재이며, 그 권리는 비고립자와 다르지 않다.

인천청년미래센터의 부모 교육은 고립 은둔 문제를 지역사회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마치 하나의 해법처럼 소비되는 순간, 오히려 문제의 본질은 가려지고, 또 다른 낙인과 부담을 낳게 된다.

우리는 물어야 한다. “이 교육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말 당사자인 청년의, 입장에서 설계되었는가?”
“사회는 여전히 가족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고립 은둔 청년 문제의 해법은 단순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을 교정의 대상이 아닌, 시민으로 인정하고 설계된 사회적 환경 안에서만 그 문제는 진정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인천/조희동 기자 121dong@naver.com 인천/조희동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