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보] 몇 년 전 존경하던 공무원 선배 한 분이 도시계획 및 개발과 관련된 부서로 승진 인사 이동되어 여러 곳에서 축하 화분을 보낸 것을 거절하면서 근처 꽃가게에 누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거듭 고민하시던 모습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결국 업무와 관련된 업체에서 오는 인사이동 화분이면 받지 않는 것이 맞다는 결론을 내리고 모두 정중히 거절하셨다고 들었다.

또 다른 선배는 후배들과 식사 자리를 갖던 중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던 모 건설업체 대표가 대신 계산을 하고 간 적이 있는데, 바로 뒤쫓아가 취소해 달라며 정중히 거절하는 모습도 본 적이 있다.

까마득한 후배 공무원인 필자는 그분들의 행동이 스스로에게 부끄러움 없이 공정한 업무처리를 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보여져 한없이 존경스러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너무 인정 없이 들릴지는 모르지만 무조건적인 호의는 없다는 이야기다. 공직사회에서 오랜 관행으로 작은 호의를 ‘고마움의 표시’라고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은 자기합리화식 표현일 뿐이다.

작은 호의가 습관화되면 큰 부패로 이어진다. 물론, 진정한 고마움의 표시에는 조건 없는 호의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무언가를 바라는 호의가 더 많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통칭 김영란법이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었다. 경조사비 5만 원 이하, 식사 및 음식물 3만 원 이하, 선물은 5만 원 이하 등 김영란법에서 정해놓은 금액과 무관하게 공직자 모두는 청탁 없는 공정한 업무수행을 위해 ‘정, 고마움의 표시, 거절의 미안함’이라는 명목하에 조건이 숨겨져 있는 호의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비단 이러한 청렴의무가 공무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아니다. 국민의 대표로 국회를 이루는 구성원인 국회의원 또한 청렴해야 한다. 국가 통치 체제의 기초에 관한 각종 근본 법규의 총체인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에게 청렴의 의무가 있다는 명문 규정을 두고 있다.

반부패 총괄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국제투명성기구(TI)가 2023년 1월 31일 발표한 2022년 국가청렴도에서 우리나라가 180개국 중 31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 점수는 전년 대비 1점, 국가별 순위는 한 단계 올랐으며,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6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정청탁’으로 검색하면 자녀 입학 특혜, 채용 청탁, 개발 특혜, 불법 후원금, 골프채 수수, 입법 로비 의혹 등 수많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청렴은 다른 누군가가 시켜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자발적으로 노력해야만 진정한 ‘청렴 문화’를 조성할 수 있다.

‘의식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관행이 바뀌고, 관행이 바뀌면 궁극적으로는 문화가 바뀐다’는 말이 있다.

청렴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무원은 물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의무임을 알고 기본부터 실천할 수 있도록 모두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