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은 작가 이전에 한국의 특수성을 넘어 윤리의 바탕인 세계적인 ‘공감 능력’과 감각의 심상을 압축하여 표현한 ‘공감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사람이 살아가는 ‘참된 길’을 터 준 고도의 인격과 품격을 갖춘 작가다.

노벨위원회에서 1년 여 과정 동안 철저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한강(54)의 노벨문학상은 한국 작가로 처음이며 노벨상 역사 123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출신 여성의 쾌거다.

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10월 10일(한국시간)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하면서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 작가는 등단 후 30여 년을 늘 인간의 폭력성과 그로 인한 상처를 집요하게 헤집어 왔다. 또 그의 아버지 한 승원작가는 한 언론과 통화에서 딸 한강의 문학세계는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든지, 새로운 세계를 추구한다는 평을 하지만 그 아이는 사랑 문제를 이야기 한다”며 “비극적인 사안을 묘사하고 인물들을 동원할지라도 결국은 큰 사랑을 기초로 하고 있다”고 말한다.

4년 6개월에 걸쳐 쓴 ‘채식주의자’는 한 여자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고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폭력에 대항해 햇빛과 물만으로 살아가려 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신병원까지 입원하게 되는 주인공을 통해 인간의 폭력적 본성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친 작품으로 2016년 세계 3대 문학 중 하나인 맨부커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여, 2017년엔 ‘소년이 온다’로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엔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 2019년엔 제 33회 인촌상, 2023년엔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등 이외에도 다수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강의 작품은 해외독자들의 번역을 통해서 비로소 위대한 글임을 발견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는 글을 쓰면서 ‘우울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살아 있는 한 실낱같은 희망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마음을 다독이고 기적을 창출해 냈다.

또 ‘채식주의자’는 인간의 욕망, 억압, 자아 해방에 대한 심오한 주제를 다루며 가부장적인 남성성의 분열 대립 폭력전쟁을 의미하고, 여성성의 통일 수렴 비폭력 평화와 비교된다고 하겠다. 이러한 작가의 폭넓고 높은 정신세계는 현 세대에 깨우침을 주는 위대한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단순한 기득권 싸움에서 시작해 이념논쟁으로 뒤죽박죽되어 정의와 공정, 일반 상식과 혁신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한 발 앞을 나갈 수 없지만, 금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세계 강대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문화 강국임을 보여줬다. 문화는 스스로 움직이며 세포분열로 확산하는 생명력이 있다. 이제는 정치가 국가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할 차례다.

도올 김용옥은 “우리나라의 정신사적인 흐름의 큰 변화다. 세계사의 쾌거다. 이렇게 들끓는 예가 없었다. 문화예술이 시들어 가고 있는 시점에 출판·서점·인쇄소가 활성화되고 있다. 문과대학이 터닝하고 있는 시점이다. 한강의 작품은 쉬운 언어가 아니다. 초현실주의적인 독특한 자유로운 해석이 있다. ‘작별하지 않는다’와 ‘소년이 온다’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우리에게 오고 있는 것이지 결코 잊을 수 없다는 현재 진행형을 구사한 훌륭한 시적 소설이라고 말한다. 치열한 작가임에 틀림없고 받을만한 사람이 받았다고 높게 평가한다. 그리고 대학 하나 만드는 것보다 권위 있는 문학상 하나 만들면 문학은 살아난다”고도 했다.

올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세계유수의 석학들과 전문가들이 한국 민족의 이념대립과 분단,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들의 반란과 시민학살을 문화적 필치(筆致)로 정직하고 담대하고 용기 있는 기록으로 증언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인류애와 인권, 정의를 향한 용기를 가장 고귀한 가치로 삼고 있는 노벨상위원회의 용기와 경의에 감사를 드리고 싶다.

필자가 다니는 학교 학생들도 노벨문학상을 축하하며 함께 모여 한강작가의 작품을 읽는 시간을 가졌다. 주말 내내 문학을 이야기 하고 책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시민들 소식과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출판업계 뉴스는 하루하루가 신명나고 즐겁다. 이 기쁨이 중단 없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 나라의 부국강병은 문화와 예술 속에서 분출되어 토대가 구축된다. 금방이라도 경제가 회복되어 명실상부한 문화국가로 우뚝 서 세계를 움직이는 부강한 나라가 된 것처럼 마음이 흐뭇하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주옥같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보석이 가득한 상자를 열 듯 가슴 설레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한강 작품을 통해 지혜를 쌓고 마음과 영혼을 살찌우는 가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