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조희동 기자] 2025년 초여름으로 접어드는, 인천에서 조용한 공포가 번지고 있다.
독감도 아니고, 코로나도 아니다. 이번에는 슈퍼박테리아다. 의학적으로는 CRE(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대중적으로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세균으로 불린다.

인천시는 최근 발표를 통해 2025년 1월부터 4월까지 CRE 감염 사례가 무려 1,233건이나 발생했다고 밝혔다. 작년 한 해 인천에서 보고된 CRE 감염 사례가 3,649건에 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그 수치를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CRE는 현대 의학의 최후의 보루라 불리는 카바페넴계 항생제에도 내성을 보이는 박테리아다. 이 항생제조차 듣지 않기에 슈퍼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감염되면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도 26~75%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환자, 장기 입원 환자, 요양병원에 장기 거주하는 노인층에게는 사실상 생명선의 단절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감염병이 이제 더 이상 희귀하거나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전국적으로 봐도 CRE 감염은 폭발적으로 증가 중이다. 2017년 5,717건이었던 CRE 감염 신고 건수는 2021년 2만3,311건, 2022년 3만548건, 2023년에는 사상 최대인 4만2,827건으로 집계됐다. 6년 만에 무려 7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사망자 수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2017년 37명에서 시작된 CRE 감염증 사망자는 해마다 늘어 2023년에는 661명에 이르렀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2024년의 사망자 수는 아직 최종 집계 전이지만, 지금 추세라면 700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쯤 되면 단순히 병원 감염 문제나 특정 지역의 보건 이슈가 아니라, 명백한 공중보건의 위기다. 그런데 그 심각성에 비해 사회적 경각심은 너무 낮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료 불가능한 감염병이라는 개념에 피로감을 느끼며 무감각해졌다. 그러나 CRE는 우리가 감염 사실을 알기도 전에 퍼지고, 때로는 치료 기회조차 없이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CRE 감염의 확산 원인은 분명하다. 바로 항생제의 오남용과 감염관리 체계의 미비다. 감기나 바이러스성 질환에는 전혀 효과가 없음에도, 항생제를 습관적으로 처방받고 복용하는 문화가 만연하다. 항생제를 강한 약쯤으로 오해하는 인식은 여전하고, 심지어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항생제를 구할 수 있는 허술한 제도도 존재한다.

게다가 병원 내 감염관리 시스템도 여전히 허술하다. 병원에서는 CRE 감염자와 비감염자가 사용하는 의료기기가 분리되지 않거나, 장갑,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 수칙이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요양병원과 같은 장기요양시설에서는 인력 부족과 교육 미비로 인해 감염관리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성균이 증가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세균은 항생제에 맞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우리는 그 진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기보다, 기존 항생제를 보존하는 방식의 방어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행히 인천시는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오는 7월부터 CRE 감염증 감소전략 운영 사업을 추진한다. 지역 내 종합병원 5곳과 요양병원 7곳을 거점으로 감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경로를 추적하며, 감염관리 체계를 표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질병관리청과 연계해 전문가 중심의 교육훈련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는 분명 필요하고 의미 있는 시도다. 그러나 이 사업이 일회성 사업에 그친다면, 2026년에는 사상 최대 감염자 수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다시 갱신될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감염이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이 아니라, 감염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과 통제를 생활화하는 시스템 전환에 있다.

CRE는 단지 한 지역, 한 병원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공공의료의 기반이 약한 곳일수록 빠르게 퍼지고, 의료 자원의 불균형이 심화 될수록 대응의 격차는 커진다. 따라서 CRE 감염 확산은 국가가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할 중대 사안이다. 감염병 대응 예산을 보다 현실적인 수준으로 확대하고, 항생제 사용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집행하며, 요양병원과 1·2차 의료기관까지 포함하는 전국 단위 감염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시민들 역시 달라져야 한다. 항생제는 빨리 낫기 위한 특효약이 아니라, 잘못 쓰면 미래를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다. 의사의 처방 없이 항생제를 요구하거나, 증상이 나아졌다고 중간에 복용을 멈추는 일은 자칫 나와 우리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공중보건은 개인의 선택과 생활습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천/조희동 기자 121dong@naver.com 인천/조희동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