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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동네 입구 언덕에 우뚝 서있는 소나무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그 다음 친구들을 포함한 동네 사람들이다. 본가에 살고 있는 형님과 형수님은 세 번째다.
내가 유년기를 보낸 기간에 형님 내외분은 서울 화곡동에 있는 조미료공장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고향에서의 추억이 많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고인이 되신 부모님은 0순위이기에 생각만 해도 가슴에 절절히 맺힌 사연들이 비올 때 자라나는 죽순처럼 떠올라 눈가를 훔칠 때가 많다. 그리고 가끔 외롭고 쓸쓸할 때는 고향에서 성장을 같이했던 가족과 친지와 친구, 동네사람들이 보고 싶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면 나를 성장시켜준 사람들의 품에 안주하려는 욕구가 생기며 약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이를 꽉 깨물고 견뎌내면 고향생각만 했는데도 안정감을 얻고 자신감을 불러일으켜 준다. 삶의 성장 동력이 되어 준다. 전화도 걸어 본다. 형님, 누나, 친구, 동네 사람들에게 생각나는 대로 안부전화를 한다.
강력한 믿음의 주인공들이 나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기 때문이다. 정신적인 동반자다. 년 중 2대 명절 전날이면 아내와 두 아이를 대동하고 고향을 찾은 지도 오래전 일이 되었다. 직장 일과 아이들 학업 때문이다. 그 사이 가족들과 친지 이웃들은 고향을 떠나 먼 타향에서 삶의 보금자리를 틀었다.
가족 친지가 모이는 장소는 가족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안양지역이 되었다. 그동안 년 중 2대 명절이면 형님 내외분이 안양으로 올라오셨지만, 이제는 우리들이 내려가야 한다. 고향이란 태어나서 자라고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정서적으로 깊이 연결된 곳이지만, 결혼과 직장 등으로 떠나 살게 되는 ‘제2의 고향’이 누구에게나 있다.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는 곳이기도 하지만, 곧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이곳에서 삶이 안정되면 애착을 느끼며 살게 된다. 새로운 이웃과 정을 나누고 직장에서 새로운 친구도 만나며 안정된 삶을 영위해 나가게 된다. 새롭게 형성된 주변 환경과의 적응, 현지의 문화예술, 인간관계와 일상생활들이 겹겹이 쌓이면서 고향과 같은 정서적 유대를 갖으며 ‘제2의 고향’이 형성된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내면 깊숙이 남아 있는 경험과 추억들이 깃든 곳은 내가 태어나 자란 고향이나 다름없다. 이는 자아 정체성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익숙한 경험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5명의 동생, 7자녀와 11명의 손자들의 정신적 버팀목이자 부모님과 같은 사랑으로 삶의 동력이 되어준 형님 내외분이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게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팔십 평생을 고향 시골에서 우리 가족의 지킴이로 살아오면서 우리 모두의 아픈 곳을 어루만져 주던 의사이고 보호자로서 믿음의 구심점이었기에 문득 문득 보고 싶어진다. 형님! 형수님!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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