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광역시는 6월부터 ‘인천 섬 지역 상생 캠프’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대에 발맞춘 사회공헌 활동이며, 지역 공동체와 기업이 협력해 섬 지역의 인구 감소, 해양쓰레기, 마을 공동체의 쇠퇴 등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야심 찬 취지다.

정책은 그 자체로 비전을 담고 있다. 그러나 정책이 비전으로만 머물지 않고 현실로 실현되려면, 형식적 접근이 아닌 본질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섬이라는 특수성과 ESG의 철학을 이해하고 있는가? ‘상생’이라는 말의 무게를 진정 감당하고 있는가?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자.

캠프의 핵심 활동은 섬마을 일손 돕기, 마을 벽화 그리기, 해양쓰레기 정화 등이다. 이런 활동은 외부인이 지역을 방문해 짧은 기간에 할 수 있는 전형적인 봉사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과연 이 활동들이 섬 지역이 당면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ESG 경영’의 실천이라 할 수 있을까?

현대 사회에서 ESG는 단순히 ‘좋은 일을 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그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지역과 환경, 사회, 그리고 투명한 협력 구조를 통해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하루 이틀 섬을 방문해 벽화를 그리고 쓰레기를 줍는 것이 과연 ESG의 ‘지속 가능성’과 얼마나 연결되는가? 이 활동이 그저 기업 CSR 보고서에 들어갈 포토존으로 전락할 위험은 없는가?

‘상생’이라는 단어는 참여의 구조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개된 계획에 따르면, 캠프의 기획 및 실행 주체는 대부분 외부 기관이다. 인천관광공사, 참여 기업, 그리고 공공기관이 중심이 되어 활동을 설계하고 실행한다. 그렇다면 지역 주민은 이 프로그램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섬 지역의 진짜 상생은 주민이 기획단계부터 주도권을 가지는 프로그램일 때 실현된다. 외부 자원은 ‘지원자’로 머무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프로그램 구조는 “섬에 가서 봉사하고 체험하고 돌아오는” 일방적 구조로 보인다. 이런 방식은 외려 지역 주민에게는 ‘관광객이 다녀간 하루’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또한,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역량 강화 교육이나 인프라 구축이 병행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단기 이벤트로는 지역의 자립을 이끌어낼 수 없다.

‘인천 아이 바다패스’는 시민에게 여객선을 시내버스 요금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로, 캠프 참여자와 관광객 유입을 유도하는 좋은 수단처럼 보인다. 그러나 단순한 할인 정책이 지역 경제에 어떤 구조적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분석은 부재하다.

특히, 섬 지역의 해운업계는 늘어난 유입객에 대한 수익 환원이 명확히 보장되지 않으면 부담만 떠안게 될 수 있다. 낮은 운임이 섬 내 상권의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관광객 유입이 지역 주민에게 실질적 이익을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오히려 환경을 오염시켜 지역 환경을 황폐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다.

그렇기에 교통 할인 같은 수단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용객을 유도하는 것뿐 아니라 그들의 소비가 지역에 환원되는 구조적 설계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봉사활동은 단순한 ‘일회성’ 방문으로 끝나지 않아야 한다. 쓰레기를 줍는 것도, 벽화를 그리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진정한 지속 가능성은 사후 관리와 반복적 협업을 가능케 하는 구조에서 나와야 한다.

예를 들어, 이번 캠프에 참여한 기업이 다음 해에도 같은 지역을 찾고, 그 해의 성과와 과제를 정리해 후속 사업으로 이어가게 하는 구조가 없다면, 이는 결국 해마다 새로운 섬에 방문해 새로운 ‘성과’만 남기고 사라지는 활동이 될 수밖에 없다.
지속 가능성이란 ‘계속 이어질 수 있는 구조’를 의미한다. 일회성 체험으로 끝나지 않도록, 시와 참여 기업은 중장기적 로드맵과 성과 관리 시스템을 병행해야 한다.

‘상생’이란 무엇인가. 함께 살아가는 것,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그리고 각자의 역할과 권한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번 캠프는 ‘선한 기업’과 ‘도움을 받는 섬 주민’이라는 이분법적 구조를 전제로 하지 않았는가?
진정한 상생은 도움의 구도가 아니라, 협력의 구도에서 출발한다. 주민과 기업, 공공기관이 대등하게 파트너십을 맺고, 각자의 강점을 살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캠프가 정말 상생을 지향한다면, 지금이야말로 구조를 재점검해야 할 때다. 주민의 참여 구조는 있는가? 기업은 단순 참여자가 아니라 장기 협력자가 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시는 올해로 끝나는 이벤트가 아니라, 다음 5년을 내다보는 전략을 갖고 있는가? 를

인천 섬 지역 상생 캠프는 좋은 의도와 비전을 품고 출발했다. 그러나 좋은 출발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책의 진정성은 말이 아니라 구조와 실행 방식에서 증명된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봉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장 중심, 주민 중심, 지속 가능성 중심의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이 캠프는 ‘상생’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가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섬은 단순한 체험지가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며, 공동체가 지속되어야 할 삶의 현장이다. 그 진심을 담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