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항공청의 이유는 김포공항 항공로와의 간섭 가능성이다. 이 말만 들으면 타당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이 사안이 갑작스럽게 터져 나왔다는 데 있다. 청라 시티타워 건설 계획은 2012년 처음 허가를 받은 이후 2017년과 2021년에도 변경 허가를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서울항공청은 여러 차례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항공로 간섭에 대한 문제는 전혀 제기되지 않았고, 단지 항공기 소음과 장애물 표시등 설치 등만 안내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항로 간섭을 이유로 건축 절차를 중단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항공청의 이번 대응은 명백한 행정 실패다. 지난 10년 동안 초고층 빌딩이 비행경로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 자체가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제 와서 중대한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은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해당 기관은 그동안의 행정적 공백과 대응 부족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청라 주민들이 느끼는 불신과 실망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서울항공청은 비행절차 변경 검토를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며, 그 결과는 연말에 나올 예정이다. 이 결과에 따라 시티타워의 원래 계획 높이가 유지될지, 아니면 상당 부분 낮춰져야 할지가 결정된다. 하지만 이미 청라 지역에서는 시티타워의 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LH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용역 결과에 따르면, 현재 비행경로를 유지할 경우 시티타워의 높이는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만약 이 예상이 현실이 된다면, 청라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계획이었던 시티타워는 그 상징성을 잃고, 그저 또 하나의 초고층 건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청라 시티타워 문제는 단순히 청라 주민들의 기대만을 저버리는 일이 아니다. 이 건축물은 청라 국제도시 전체를 상징하는 건물이며, 청라의 경제적, 관광적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는 핵심 요소다. 시티타워가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할 경우 청라의 도시 경쟁력과 미래 가치도 함께 훼손될 것이다. 청라 시민들이 이 사안을 자부심의 문제로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라 국제도시 조성 과정에서 주민들이 납부한 3,000억 원이 포함된 만큼, 시티타워는 단순한 건물이 아닌 청라 주민들의 오랜 염원이 담긴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제 서울항공청과 국토교통부는 신속하고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비행경로를 조정하거나, 관련 고시를 변경해 청라 시티타워가 원안대로 건설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지 행정적 실수를 바로잡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항공청이 그동안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비행경로 간섭 여부를 사후적으로라도 명확히 파악하고, 이에 따라 고시를 수정하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것만이 시티타워 건설이 중단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해결책이다.
또한, LH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역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 청라 국제도시를 조성한 LH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티타워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책임이 있으며, 인허가 절차를 진행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또한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점검하지 않은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두 기관 모두 시티타워가 예정대로 착공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LH는 서울항공청의 용역 결과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시공사 선정과 같은 선행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서울항공청과 국토교통부는 이제라도 책임감 있는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청라 시티타워가 청라 시민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라 시민들의 분노와 실망이 기관들을 향해 폭발하기 전에, 관련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협력해 이 사안을 해결해야 할 것이다. 청라 시티타워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다. 청라와 인천을 상징할 중요한 건축물이며, 그 건설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단순히 지역 발전을 넘어, 인천이 세계적인 도시로 나아가는 길을 여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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