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이영준 기자] 대구광역시는 국권이 위협받던 대한제국 시절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국권회복운동·독립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났던 도시였다.

우선 경제 주권 회복 운동인 국채보상운동을 비롯해,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만주로 조직을 확대해 독립운동을 펼쳤던 1910년대를 대표하는 독립운동단체 대한광복회, 대구·경북지역에 3·1운동이 일어나도록 한 대구3·8만세운동,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탄의거, 1941년에 일어난 반딧불 사건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독립운동 도시인 대구의 명성에 비해 독립운동·독립운동가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라 할 수 있다. 특히 독립운동을 펼친 독립운동가에 관한 연구와 현창 사업은 부족하고, 그 대상도 소수의 몇 명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구광역시 중구청과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그리고 (사)산학연구원에서는 2023년 7월 1일 경북 군위군의 대구광역시 편입을 계기로 2023년 8월 현재 정부의 '공훈록'에 등재된 대구 출신 또는 대구에 연고를 둔 독립운동가 220명을 선정해 '나라 구한 대구 독립운동가'를 펴내게 됐다.

대구의 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으로 연구활동을 펼쳐온 3명의 필자(정인열 대구가톨릭대 부교수·임삼조 계명대 사학과 외래교수· 김태훈 대구영남중학교 역사교사)가 참여한 이번 책에서는 이들 220명의 독립운동가에 얽힌 혈연·학연·지연 등 다양한 인적 인연망은 물론 개별적인 활동 내용과 수형기록 등에 이르기까지 다각도로 살피는 시도를 한 결과,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첫째,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 220명 가운데 남성이 208명(94.5%), 여성이 12명(5.5%)이다. 특히 서훈을 받았으나 대구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음전·이시분·장재련 등 여성독립운동가를 소개하고 있다. 신명여학교 학생 이시분과 장재련은 스승 이재인·임봉선과 함께 대구 최초 3·1운동인 대구3·8서문시장 만세시위에 참여하였다. 서울 경성보육학교 학생 이음전은 1930년 서울에서 일어난 광주학생학생운동 동조 시위에 참여하였다.

둘째, 운동계열로 보면,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는 주로 국내항일 65명, 3·1운동 61명, 학생운동 17명, 일본방면 15명, 광복군 11명, 중국방면 10명, 임시정부 10명, 의병 7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체 서훈자 가운데 3·1운동이 가장 많은 데 비해 대구는 3·1운동보다 국내 항일이 가장 많다. ‘대구 권총 사건’을 일으킨 대한광복회 소속 김진만·김진우·서상일·윤상태·이시영·정운일, ‘진우연맹 사건’과 관련한 서동성·안달득 등이 국내항일로 서훈을 받은 인물이다.

그다음으로 학생운동과 일본방면이 높게 나타났다. 일본방면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는 대다수 학생들이었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대구지역은 학생들이 국내외에서 독립운동·민족운동에 참여하였다.

학생들이 3·1운동 이후 독립운동의 주체로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구지역 3·1운동의 열기를 이어간 계성학교[현 계성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혜성단, 1920년대 대구고등보통학교[현 경북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조직한 각종 비밀결사조직, 1930년대 후반~1940년대 초반 일본의 패망을 미리 인지하고 조선의 독립을 위한 실력 양성, 무장투쟁과 같은 독립 방략을 세우고 독립을 준비하려고 한 대구사범학교[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의 윤독회·문예부·연구회·다혁당, 대구지역 학교 단위에 비밀 결사 조직을 만들어 독립운동을 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일제에 조직적으로 항거하기 위한 항일 무장투쟁을 준비한 대구상업학교[현 상원고등학교]의 태극단 등이 대표적이다.

셋째, 훈격별로 보면, 대통령장 1명, 독립장 15명, 애국장 34명, 애족장 93명, 건국포장 28명, 대통령표창 49명이다. 1919년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1명인 이갑성이 대통령장을 수여받았다. 독립장에는 전국 최초 을미의병을 일으킨 문석봉, ‘대구 권총 사건’의 대한광복회 회원, ‘경북 의열단 사건’의 이종암, 안창호와 함께 미국에서 활발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송종익 등이 있다.

넷째, 2·3대에 걸쳐 독립운동을 펼친 집안도 확인됐다. 대표적인 3대 독립운동가는 김진만-김영우-김일식이다. 김진만은 동생 김진우와 함께 대한광복회에 가입해 ‘대구 권총 사건’을 주도하였고, 김영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하였고, 김일식은 대구고등보통학교 내 비밀결사 구화회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이순신 장군을 폄하는 일본인 교사에 반발해 동맹휴학을 벌이다가 퇴학당하였다.

부자 관계 독립운동가에는 대구3·8서문시장 만세시위에 참여한 권의윤(권희윤)-권영화, 김태련(김주현)-김용해, 정재순-정원조 부자 등이 있다. 이 밖에 이정호·한태은과 같은 부부 사이, 서상일-서상한과 같은 형제 사이, 이범교-이희경과 같은 남매 사이, 이시영-이인과 같은 숙질 관계 등 10여 건이 넘는다.

다섯째, 문중에서는 집성촌 단위로 독립운동을 펼쳤다. 동구 미대동 인천채씨 채갑원을 비롯한 집안 사람 7명은 1919년 3월 26일과 28일 미대동 여봉산에서 대구의 마지막 만세시위를 펼쳤다. 월배 단양우씨 문중의 우경동·우성동·우승기·우찬기·우하교 등 6명은 「독립청원서」에 서명하였다. 전국적으로도 한 가문에서 6명이 「독립청원서」에서 서명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군위 부계 부림홍씨, 군위 소보 월성박씨도 3·1운동, 군자금 모집과 연관된 ‘흠치교 사건’ 등 활발한 독립운동을 펼쳤다.

이 책은 대구지역 독립운동 연구·현창에서 나름 의미를 지닌다. 우선, 최초로 『공훈록』에 등재된 대구 출신 독립운동가 전원의 다양한 독립운동 양상을 밝혀, 대구 시민들에게 대구 독립운동가의 독립 정신과 독립운동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대구광역시로 편입한 군위의 독립운동가를 포함해 집필하였기 때문에 명실상부한 통합 대구지역의 독립운동가 전체를 소개한 최초의 자료가 되는 셈이다.

대구/이영준 기자 newsyjun@naver.com 대구/이영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