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증액은 표준운영비 교당경비 3% 인상, 특수학급 운영비 신설, 통합배부 사업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3%라는 증액 비율이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특히, 혹서기 냉방비를 비롯한 공공요금은 매년 상승하고 있으며, 이는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 속에서 더욱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증액이 냉방비와 같은 필수적인 운영비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 한다.
일선 학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정된 예산 속에서 공공요금을 비롯해 다양한 필수 경비를 부담해 왔다. 증액된 예산이 체감 가능한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려면, 더 큰 비율로 증액하거나, 기존 경직성 경비를 줄이고 학교 운영비로 재배치하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교육청은 전체 예산을 전년 대비 1,905억 원 증가한 5조 2,975억 원으로 편성했으나, 고정비용 증가로 인해 가용 재원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예산 증액이 과연 시급하고 중요한 우선순위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늘봄학교 운영비와 학교 신·증설 비용 같은 경직성 경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이해가 되지만, 이런 항목들이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예산 편성은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예산안에서는 학교 현장이 직면한 주요 과제, 예를 들어 교육의 질 향상이나 교육격차 해소 등과 직접 연관된 투자가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의문이다.
특수학급 운영비 지원금을 신설한 점은 긍정적인 발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특수교육 환경 개선이 단순히 몇 가지 지원금 신설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기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 특수교육은 개별 학생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예산과 전문적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현재 많은 학교에서 특수교육 교실은 물리적 시설 부족, 교사 부족,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 이번 예산 신설 항목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며, 특수교육 환경 개선에 대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로드맵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교육청은 ‘학생 중심 교육’과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강조하며 이번 예산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진정으로 학생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려면, 단순히 운영비를 증액하는 것을 넘어, 학교 운영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고, 학생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교사들은 여전히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으며, 학교는 새로운 프로그램과 정책이 늘어나면서도 이에 필요한 지원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단순히 재정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인 정책 목표와 실행 계획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증액된 예산이 학교 현장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되기가 어렵다.
이번 예산 증액은 겉으로는 학교 운영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숨어 있다. 학교 현장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산을 증액하는 것을 넘어, 기존 예산의 효율성과 우선순위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교육청은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라는 설명에 머물지 말고,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지역 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예산 운영을 보여줘야 하며.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사들이 실제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증액했다’는 수치적 성과를 넘어, 예산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 지속적으로 공개하고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철학과 방향의 문제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장과 행복을 진정으로 우선시하는 예산 편성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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