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으로 중대한 위기를 맞이한 이 시기에, 옹진문화원의 신년인사회(8일)는 우리 사회의 공공기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무안공항에서의 제주항공 대참사로 인해 온 국민이 깊은 슬픔에 잠긴 가운데, 국가적 애도 기간이 끝나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진행된 옹진문화원의 신년인사회 행사는 국민 정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황당한 사례로 비춰지고 있다.

앞서 옹진문화원은 지난 연말 송년 행사를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 메인 홀에서 성대하게 거행하였으며 이날 행사에는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해괴망측한 행위의 추태가 발생하였다는 후문들이 여기저기서 들리기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산하 사회단체는 업무를 포함한 여러 가지 각종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 최소한 소속 자치단체장의 위상과 신뢰에 조금이라도 손상될 우려가 있는 지를 좀 더 세심하고 사례 깊게 살펴본 다음 진행하여야 함은 당연지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옹진문화원의 송년 행사 및 신년인사회를 통해 공공기관이 가진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옹진문화원은 옹진군 산하 19개 사회단체 중 가장 규모가 작고 역사가 짧은 단체다. 직원 수는 고작 3~4명으로 단체 운영은 주로 군 보조금 약 4억여 원과 시비 약 4천여만 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처럼 예산과 인적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호텔 메인 홀, 군청 중회의실을 빌려 외부 인사를 초대하고 호화로운 다과회를 겸한 송년, 신년 행사를 연달아 개최한 것은 시기적으로도, 재정적으로도 논란의 여지가 크다. 국민이 슬픔에 잠긴 상황에서 이 행사는 과연 필요한 것이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거나 대규모 참사로 사회적 슬픔이 가득한 시기에는, 공공기관이 보여주는 행보는 단순한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공공기관은 국민 정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책임감을 보여야 하는 자리다. 하지만 옹진문화원의 신년 행사는 이런 역할을 망각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축제적 요소가 포함된 신년인사회라는 점에서, 사회적 분위기와의 괴리를 더 크게 느끼게 했다. 국민 대다수가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이 즐거움을 조장하는 행사를 기획했다는 점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결정이었다. 애도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에서 공공기관은 위로와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역할을 우선시했어야 했다.

옹진문화원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예산 사용의 적절성이다. 군 보조금과 시비로 운영되는 단체가 행사 기획 과정에서 예산을 어떻게 배분하고 사용하는지는 투명성과 효율성을 요구받는다. 규모가 작은 단체일수록 예산을 절제하고, 지역 사회에 직접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는 데 소요된 비용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해당 비용이 지역 주민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했는 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공공 예산의 사용이 항상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특히, 작은 단체의 과도한 행사 추진은 행정력과 자원의 낭비라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는 단순히 행사를 개최하거나 조직을 운영하는 데 있지 않다. 공공기관은 지역 주민과 소통하며, 국민이 가진 정서를 공감하고 이를 정책이나 행사로 반영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옹진문화원의 사례는 이 기본적인 역할을 간과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공기관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적 애도 기간과 같은 시기에는 공공기관이 단순한 축제를 넘어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 위로와 추모의 의미를 담은 행사로 전환하는 것은 공공기관이 국민 정서와 조화를 이루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공공 예산을 활용한 행사는 그 투명성을 지역 사회에 공개해야 한다. 예산 사용 내역을 명확히 공개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사용해야 한다.

대규모 행사를 추진하기보다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과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소규모 행사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규모 행사는 비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주민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특히 공공기관이 단독으로 행사를 추진하기보다는 지역 주민과 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행사의 의미와 가치를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

옹진문화원의 신년인사회는 단순히 시기적 부적절성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기관이 사회적 공감과 책임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국민의 감정을 외면한 결정은 결국 신뢰를 잃게 만들며, 이는 단체와 지역 사회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 한강 유람선 위에서 인천의 한 중소기업이 다문화가족에 대한 이벤트 2분짜리 불꽃을 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6개월이란 처분을 받은 사례도 있음 상기해야 할 것이다. 민간 기업이기는 하나 국민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행사였기 때문이다.

앞으로 공공기관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공감과 책임을 바탕으로 정책과 행사를 기획해야 한다. 어느 한 사람의 과잉 충성으로 그 조직이 무너지고 와해 되는 등의 사고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역 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공공기관의 모습을 기대하며 이번 논란이 모두에게 중요한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