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이번에 제시한 건의 사안들은 ▲행정체제 개편 초기 예산 지원, ▲『서해 5도 지원 특별법』 개정에 따른 여객선 운항 국비 지원, ▲인천항 내항 1‧8부두 재개발 중앙투자심사 신속 추진, ▲강화군, 북한 소음 방송 피해 보상 확대 및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 등이다.
이들 문제는 결코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논의된 바 있으나, 각 사안은 실행 과정에서 예산 확보의 어려움, 중앙과 지방 간 협력 부족, 그리고 장기적 비전 부재 등의 이유로 좌초되거나 더딘 진전을 보여왔다. 이번에도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행정체제 개편 초기 예산 지원의 경우 ‘필수’ 예산이라며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효율성과 효과를 증명할 지에 대한 계획은 부족해 보인다. 단순히 국비 지원을 요청하기보다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와 시민에게 미치는 실질적 혜택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과연 인천시는 이번 건의가 정부의 지지를 받을 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서해 5도(옹진군)와 접경지역은 인천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된 복합적 과제를 안고 있다. 물론 여객선 운항 지원 확대와 주민 보상금 증액은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불편 해소에 그칠 가능성이 높으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서해 5도(옹진군)의 경우, 여객선 운항 문제 외에도 지속적인 인구 유출, 경제적 침체, 그리고 안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예산 지원이 아닌 종합적인 지역 발전 전략과 중앙 및 지방정부의 협력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 육성, 인프라 확충, 주민 참여형 개발 모델 등이 병행되어야 한다.
강화군 소음 방송 피해와 같은 접경지역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보상 확대는 주민들의 일시적인 불만을 줄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겪는 심리적·경제적 피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의 단순 개정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지방 행정을 포괄하는 다층적 해법이 요구되어야 한다.
이번 건의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대부분의 해결책이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국비 지원은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는 데 필수적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로서 인천시가 독립적인 정책 비전과 재정 자립을 위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중앙정부와의 협력 속에서도 그 위상이 약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천항 내항 재개발의 경우 중앙투자심사의 신속 추진을 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 기업이나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설계하는 등의 독창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 국비 지원 요청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지역 발전과 재정 안정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유정복 시장은 이번 건의를 통해 ‘세계 초일류 도시로의 도약’을 선언하며 시민 행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비전이 추상적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시민들은 단순히 대규모 국비 지원 사업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지를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서해 5도 옹진군 주민들에게는 여객선 운항 지원 외에도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구체적 지원이 필요하며, 인천항 재개발 사업에서는 재개발의 혜택이 특정 집단에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행정체제 개편은 단순히 효율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더 효과적으로 반영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결국, 인천시의 이번 행보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 진정성과 실행력을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할 시점이다. 건의 사안들이 단순히 보여주기식 선언에 그친다면 시민들에게는 실망만 안길 뿐이다. 인천시가 제안한 주요 과제가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점검과 실행 의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중앙정부와의 협력뿐만 아니라 인천시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마련하고 이를 시민과 투명하게 공유하는 노력이 병행될 때, 시민 행복이라는 목표는 비로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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