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진전은 상수도 현장의 모습과 직원들의 헌신을 조명한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물론 수돗물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업무와 직원들의 노력이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수돗물이 생산되는 정수장에서 시민들의 가정까지 안전하게 전달되기까지 수많은 기술적, 물리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노력을 단순히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방식만으로는 시민들과의 신뢰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뢰란 단순히 헌신을 강조한다고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서비스의 질적 개선과 투명성이 동반되어야 비로소 형성될 수 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상수도 직원들의 노고를 부각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공공기관이 기본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책무를 과도하게 홍보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도 있었다. 시민들은 공공기관이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을 당연히 기대한다. 수돗물은 모든 시민들의 기본적 생존권과 직결된 필수 공공재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발생했던 인천 지역의 붉은 수돗물 사태와 같은 문제는 상수도사업본부가 신뢰를 상실한 주된 원인이었다. 이러한 사건은 수돗물의 품질과 공급 체계의 안정성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크게 흔들었다. 이처럼 시민들은 사진전과 같은 간접적인 홍보보다, 수돗물의 안전성과 품질 보증을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받기를 원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사진 관람 후 상수도사업본부 직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이벤트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참여형 이벤트는 시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과연 신뢰를 쌓기 위한 올바른 방식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응원의 문구를 남기고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받는 이벤트는 일종의 유희적 활동으로 비춰질 위험이 있다. 그러나 신뢰란 단순히 한두 마디 응원의 문구로 회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의 안정적 공급이며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체계와 성과에 대한 공개다.
수돗물과 관련된 문제로 불안을 경험했던 시민들에게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이미지 마케팅이 아니다. 시민들은 상수도사업본부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 어떤 방식을 통해 품질을 개선하고 있는지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특히, 수계전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 상영은 상수도 공급 체계의 중요성을 설명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이는 단지 ‘교육’의 의미를 넘어서야 한다. 시민들은 공사의 과정과 결과를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신속하고 투명한 대응 체계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전과 영상 상영만으로는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번 전시회가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상수도사업본부가 시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과거에 비해, 이번 행사는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신뢰는 보여주는 것 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와 개선을 제공해야 한다. 정기적으로 수질 검사 결과를 공개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신속한 대응 방안을 공유하며, 개선 과정을 시민들과 함께하는 참여형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이번 사진전을 시작으로 진정한 신뢰를 쌓아가는 출발점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가 단기적인 홍보로 끝난다면, 신뢰 회복의 기회를 놓칠 위험이 있다. 시민들과 상수도사업본부 간의 신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소통과 실질적인 변화를 통해 구축될 수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제공하는 것은 단순히 홍보 대상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기본적인 책임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 사진전이 진정으로 신뢰를 잇는 첫걸음이 되었길 기대하며,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변화를 통해 시민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수도사업본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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